본문 바로가기
‥독서/소설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책 리뷰

by 깐마느리 2018. 2. 2.

제노사이드-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 별에는 인간이라는 괴물이 있어. - p.534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재밌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한 권 읽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제노사이드」는 어마어마한 상상력과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듯한 소설로,

688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을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읽어냈다.

 

 

 

하지만 점점 진도를 나갈수록 더 의미 있고 무거운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작가는 우리에게 인간의 잔학함과 권력자의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불필요한 전쟁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는 2장 '네메시스'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역사 속 실제 사례를 들어 인간의 잔인함을 언급했다.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노예제도라는 이름 하에 죽어간 아프리카인들, 일본인이 저지른 극동아시아에서의 무차별 학살.

마지막으로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되는 콩고에서 벨기에 국왕에 의한 폭정으로 살해당한 1000만 명의 사람들.

하지만 인류에게 차별은 비단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 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해야 하는 다른 종인 셈이야. - p.473

 

 

 




또한 작가는 일본 작가로서는 드물게 한일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겐토의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제대로 한국인을 접해본 적도 없이 무조건 한국인은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작중 한국인인 이정훈은 10만 명의 아이를 구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모든 것을 거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묘사되었다.

여기서 작가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인 중에 선뜻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중요한 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국적으로 상대의 인격을 정의할 수 없으며 상대를 무시하고 헐뜯는 것으로는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죄악을 씻을 수도 덮을 수도 없다는 것. 


 

 

 

언뜻 번잡하게 어질러진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워 담아 치밀하게 엮은 작가의 역량이 놀라운 소설이었다.

특히 새로운 인류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그저 흥미 위주가 아닌 사회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 풀어냈다는 데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또 과학이나 군에 관련된 전문지식을 어설프게 뭉뚱그려 넘어가지 않고 현실감 있게 자세히 묘사한 점에서는

작가의 노력과 열정이 도드라져 보여서 '이 정도는 돼야 이런 어마어마한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노사이드 - 10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책 속 구절

 

 

 

지적으로 열등한 남자일수록 성적인 면에서 우위에 서려 하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 p.250

 


 

전쟁 당사자 중에서 가장 잔인한 의사를 가진 인간, 즉 전쟁 개시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자만큼 적으로부터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었다. - p.255

 


 

국가의 인격이란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 바로 그 자체였다. - p.258

 


 

생물은 긴 시간에 걸쳐 세밀한 변화를 축적하는 한편, 어느 때 갑작스럽게 크게 형질을 바꿀 수도 있었다. - p.267

 


 

반대 의견의 문제점은 꼬치꼬치 따지면서 배제하고, 찬성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가득하게 채워 가는 것. 민주적인 결정으로 보이는 독재였다. - p.276

 


 

하루하루 안전을 확보해 주고 있다면 별 불만이 없지만 상대는 자비심 넘치는 신이 아니었다. 인간이었다. 뭔가 잘못되어 기분이라도 상하면 한 개인을 손끝으로 눌러 죽이는 흉포함을 감추고 있는 인간. - p.357

 


 

이 세상에, 인간은 지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천국이 아니라. - p.376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 p.415

 


 

무엇보다도 자유를 중시했던 나라는 이제 사라졌다.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자유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위정자가 전체주의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뭘까. 국가라는 조직에서 자유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 p.470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 p.472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 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해야 하는 다른 종인 셈이야. 물론 이것은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습성이네. 인간이라는 동물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난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 주는 증거라고 생각하네. - p.473

 


 

지구 반대쪽 일에 대해서는 보도 기관이 전해 주지 않는 한, 아무것도 안 일어난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자신이 살아 있는 이 세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 p.489

 


 

네오나치나 백인 지상주의자 등 자신의 폭력 행동을 정치사상으로 탈바꿈하는 가짜 우익에는 공통적인 심성이 있었다. 비뚤어진 자존심의 발로였다. - p.503

 


 

모든 정치적 결정이란 이성적인 판단처럼 보여도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 p.504

 


 

인간은 모두 다른 사람을 상처 입혀서라도 식량이나 자원, 영토를 빼앗고 싶어 했다. 이 본성을 적에게 투영하여 공포를 느끼고 공격하려고 했다. 그리고 죽음을 초래하는 폭력의 행사에는 국가나 종교라는 세력이 면죄부가 되었다. - p.5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