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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비문학

마리 루티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책 리뷰

by 깐마느리 2018. 2. 2.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마리 루티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 - 마리 루티, 동녘사이언스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에 고착돼 있는 성 고정관념("남자는 ㅇㅇ하고 여자는 ㅁㅁ하다."와 같은),

일명 젠더 프로파일링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에 가장 크게 일조한 진화심리학을 비판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어떤 논리로 그러한 고정관념을 만들어 냈는지, 그 이론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학적'인 척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과학적이지 않은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책 속에 거론된 진화심리학자들이 젠더 프로파일링의 증거라고 제시하는 자료들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자신들이 몇십년 동안 고수해 온 이론을 지키기 위해 왜곡된 결론을 내세운 채 '눈가리고 아웅' 한다.

 

 

 

 

 

내가 아는 한, 그 주장을 입증하는 데 쓰인 과학적 '방법'은 반복해서 말함으로써 사실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 p.83

 

 

 

 

 

작가는 '밝히는 남성과 조신한 여성' 이라는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토로한다.

저 이론은 사실 대부분의 현대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사람들은 의문을 품을 시도조차 하지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그 이론에 따라 남성의 성적 문란함이 얼마나 많이 묵인되고 심지어는 허용되기까지 하는지,

그리고 여성의 성이 어떤 식으로 억압당하는 지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참 편한 논리다. 아내가 자신을 배신하면 길길이 날뛰면서도 자신들이 아내를 배신할 때는 아내가 (좀 따지기는 해도) 진정으로 분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성보다 남성이 성적 배신으로 더 많이 고통받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임을 진화심리학이 증명해주니 말이다. - p.69

 

 

 

 

진화심리학자와 수많은 연애 자기계발서는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구호를 제창한다.

"섹스를 탐하는 남성과 섹스를 꺼리는 여성"  왜 여성은 성에 대해 수줍어하고 성에 대해 몰라야 (혹은 모르는척해야)하고 성을 멀리해야 하는가?

작가는 남성의 문란한 성생활을 지적하기 보다는 남성에게만 허용되는 문란함을 문제삼는다.

남성의 성행위는 자랑거리가 되고 왜 같은 경우의 여성은 천박한 창녀가 되는가?

비싸게 굴고 섹스를 미루면 성녀가 되고 섹스에 적극적이면 더러운 창녀가 되는 성녀-창녀 이분법은 진화심리학자들의 단골메뉴이며 이미 사회에서도 당연시되고 있다.

 

 

 

 

 

남성은 어떤 사람들이고 여성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다 아는' 척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인생에 끌어들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 p.278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 10점
마리 루티 지음, 김명주 옮김/동녘사이언스
 

 

 

 

 


 

 

 

 

 

 

 

책 속 구절

 

 

억압할 대상이 애초에 없다면 ㅡ 즉 라이트와 그의 동료들이 묘사하는 것처럼 여성들이 실제로 무성적 존재라면 ㅡ 왜 여성의 성에 그토록 많은 제약을 가할까? - p.56

 


 

그들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천적'임을 입증하는 데 이상할 정도로 많은 정열을 쏟는다. - p.60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들도 일생 동안 여러 남자와 섹스 하는 연속적 일부일처제 패러다임이다. - p.67

 


 

성적으로 해방된 여성을 창녀라고 생각하는 문화만이 여성이 섹스를 나쁘게 여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p.71

 


 

성녀 - 창녀 구분은 효과적인 적응의 전형적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남성들을 본인들이 투자하고 싶은 성적으로 보수적인 여성들에게 숭배에 가까운 헌신 ㅡ 그 여성들이 섹스를 허락하기 전에 요구하는 헌신 ㅡ 을 바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성들이 투자하기 싫어하는 여성들을 멸시해도 되는 범주에 집어 넣음으로써, 그들이 이러한 여성들을 죄책감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 p.75

 


 

자기계발서 저자들과 잡지 칼럼니스트들이 강조하는, 여자는 자고로 비싸게 굴어야 한다는 개념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면, 이제 알았을 것이다. 바로 빅토리아 시대 도덕에 홀딱 반한 진화심리학자들이다. - p.76

 


 

진리는 우리가 무엇인 진리라고 말하느냐에 의존한다. 만일 바람피우고 싶은 충동은 남성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사실상 저항할 수 없는 본성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적어도 남성들에게는 그 충동이 실제로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 p.80

 


 

어떤 남성 또는 여성이 남녀에 대한 진화론의 입장을 믿는다면, 그 남성 또는 여성은 그 고정관념이 묘사하는 이미지에 걸맞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신을 자연의 별종으로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 p.86

 


 

남성과 여성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전통적인 문화일수록 남녀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p.116

 


 

우리는 진화심리학이 그리는 세계는 한눈파는 남자들과 돈줄을 잡으려는 여자들의 세계라는 것을 보았다. - p.129

 


 

페미니즘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우선순위와 열정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 p.138

 


 

진화심리학의 더 큰 문제는, 현대 페미니스트들이 낡고 권위적인 관행으로 여기는 젠더 프로파일링을 고집하는 것이다. - p.138

 


 

남성과 여성이 가장 다르다고 여겨지는 장소에서 남성과 여성이 가장 불평등하다. - p.142

 


 

만일 그들의 논리가 타당하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우리 삶의 다른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성 전략만큼은 초창기 조상들의 전략과 똑같다고 주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 p.157

 


 

이는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백인이 다른 인종들보다 돈과 권력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백인 '원래' 더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 만일 어떤 과학자가 이런 주장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항의할 것이다. 그러면 그 과학자가 여성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할 때 왜 우리는 항의하지 않는가? -p.169

 


 

나는 결코 과학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만이 우리의 심리적, 정서적, 윤리적, 존재론적 난제들을 포함한 인간 삶의 모든 측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 p.176

 


 

라이언과 제타는 진화심리학이 번번이 보노보의 사례를 예외로 간주해가며, 진화적으로 인간과 거리가 먼 다른 영장류의 사례를 선호한다면, 그것은 그 모범 답안이 인간의 성에 대한 특정한 서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p.182

 


 

농업혁명의 최대 피해자는 (노예를 제외하고는) 여성이었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중요하고 존중받는 역할을 했던 여성들이 농업시대에 와서는 집, 노예, 가축과 더불어 한 남성이 획득하고 지켜야 하는 소유물이 되었다. - p.185

 


 

우리 문화에서 여성의 성에 대한 거세는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여성들은 본인의 성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아도 감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199

 


 

결핍을 생산적인 어떤 것, 심지어는 즐거운 어떤 것으로 바꿀 줄 아는 것은 동물과 구별 짓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 p.215

 


 

여성이 남성보다 욕구를 행동에 덜 옮긴다고 해서 욕구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러한 욕구에 대한 사회적 금지가 여성에게 더 강력하다는 뜻일 뿐이다. - p.220

 


 

이러한 사고방식은 단순히 남자들은 그래도 된다는 이유로 여성을 학대할 수 있는 가부장적 남성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 p.233

 


 

빌렌트는 우리를 해치는 사회적 배치, 이데올로기, 삶의 방식이 결국에는 결실을 맺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완강하고 비이성적인 믿음을 '잔혹한 낙관주의'라고 부른다. - p.237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 결정이 '선택'인 줄 안다. 하지만 생물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을 꾸려가는 가장 합당하고 가치 있는 방식이 결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복잡한 문화적 조건화 기제의 결과다. - p.242

 


 

실행 원리의 맥락에서 보면 성은 '쓸모없는' 쾌락이다. 출산이 목적이 아닌 성은 어떤 것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 p.244

 


 

우리 문화는 지속적인 부부 관계에 지나치게 쏠려 있어서, 독신을 항상 일시적 상태로 간주한다. 즉 독신은 그 나름의 보상과 즐거움이 있는 즐길 수 있는 존재 방식이 아니라, 극복해야 하는 상태다. - p.254

 


 

전통적인 결혼의 이상을 지키는 데 성적으로 억압된 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는 왜 젠더 프로파일러들이 여성들은 정서적 헌신 없이는 욕구를 느낄 수 없다는 말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를 설명한다. - p.261

 


 

길거리에서 낯선 남자에게 "웃어보라"는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행복하지 않을 때조차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여성의 문화적 역할이라는 개념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조금은 알 것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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