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소설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책 리뷰

by 깐마느리 2018. 2. 2.

82년생 김지영-조남주
82년생 김지영-조남주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은 딱히 특별할게 없는 책이다. 뻔한 내용이다. 그래서 일명 '하이퍼리얼리즘'.

거의 대부분의 여성의 일상이 저렇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흠칫흠칫 놀라거나 화를 내거나 때로 울음이 나오는 이유는

이미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겪어왔던 여성혐오라는 일상을 제 3자의 시점으로 접하게 됨으로써

이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얼마나 무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를 여과 없이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많이 읽히고 공감을 얻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살면서 흔하게 겪지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라 어디에 유난스럽게 하소연할 수도,

크게 울음소리를 낼 수도 없던 일들을 보면서 '맞아, 나도 나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마치 동지를 얻은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 단 한 문장이다.

남의사는 김지영 씨와 상담한 뒤 자신의 아내를 떠올리며 육아에 힘들어하는 여자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척'한다.

아니, 정말로 '어느 정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문단에서 그는 전형적인 여성혐오의 일례를 보여준다.

여자 상담사가 성격도 좋고 센스있고 일도 잘하지만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 p.175

 

라고 말하는 남의사와 함께 「82년생 김지영」은 끝이 난다.

이렇게 완벽한 결말은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팔뚝에 돋은 소름을 쓸면서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마지막 단 한 줄까지도 여성혐오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게 바로 현실이다.

 

 

 

82년생 김지영 - 10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책 속 구절

 

 

어머니는 혼자 병원에 가서 김지영 씨의 여동생을 '지웠다'. 아무것도 어머니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모든 것은 어머니의 책임이었고, 온몸과 마음으로 앓고 있는 어머니 곁에는 위로해 줄 가족이 없었다. - p.29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 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 p.46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 p.101

 


 

그동안 불안과 자괴와 무기력이 표면장력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까지 불룩하게 담겨 있는 유리컵 속의 물처럼 버티고 있었다. - p.106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 p.139

 

 

 

 

 

 

 

 

 

댓글